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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칼럼]입속 박테리아는 다 죽여야 할까?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8.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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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속 박테리아는 다 죽여야 할까?

 

언론에 '입속에 대장암 일으키는 박테리아 살아...양치질만 잘해도 예방'이라는 기사가 보도된 적이 있다. 미국의 연구결과를 인용한 이 보도에 따르면 입속에는 '푸조박테리아'라는 세균이 살고 있으며, 이 박테리아가 대장으로 내려가 대장암의 한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육류 섭취 증가 등 식생활 서구화로 한국인의 대장암 발병이 점점 늘고 있는데, 박테리아까지 대장암 발생률을 높일 수 있다고 하니 많은 사람들에게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기사 제목 뒤편의 '양치질만 잘해도 예방'이라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그렇다면 입 속에 든 세균은 다 해롭고, 양치질이든 가글이든 해서 모조리 축출해야 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입 안에는 해로운 세균도 있지만, 유익한 세균도 살기 때문에 다 몰아낼 필요가 없다.

 

즉, 입 속에는 대장암의 원인이 되는 세균도 있지만, 소화를 도와주는 유산균 종류도 있다. 또 아무리 양치질이나 가글을 열심히 해도 세균이 다 없어지지는 않는다. 다만 입속에 있는 세균이 균형을 잘 이루어서 몸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게 해야 한다는 점은 알고 있어야 한다.

 

먼저 입속에는 어떤 '놈'들이 살고 있는지 보자. 입 속에는 최소 350여종의 세균, 바이러스가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대변 속의 세균, 바이러스보다 많은 것이라고 한다. 입속에 사는 세균은 식중독을 일으키는 대장균은 물론 녹농균, 뮤탄스균 등 다양하다. 침 1cc에는 10억 마리의 세균이 들어 있다.

 

치아를 잘 관리하는 사람도 치아 1개당 적게는 1000마리부터 많게는 10만 마리까지 박테리아가 살고 있다고 한다. 치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박테리아 숫자가 치아 1개당 1억~10억마리까지 증가하면 각종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입속 박테리아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충치(치아우식증)를 일으키는 '뮤탄스'라는 세균이 있다. 이 세균은 치아와 잇몸 등 입안에 남은 당분을 먹이로 해서 살아가는데, 이 세균의 배설물이 치아를 녹여 치아우식증을 일으킨다.

 

치주염(잇몸병)을 일으키는 원인균도 많은 편인데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진지발리스' '프로텐시스' '인터메디아' '렉투스' 등 4가지이다. 이들은 잇몸병뿐 아니라 골다공증까지 일으킨다. 이 중에서 가장 악질적인 세균이 '진지발리스'다. 이는 잇몸질환은 물론 혈관을 따라 이동하면서 동맥경화증을 초래해 심혈관, 뇌혈관 질환까지 몰고 오는 것으로 연구돼 있다.

 

그 외에 입 속에 사는 대표적인 바이러스는 입병(구내염)을 일으키는 '헤르페스'다. 헤르페스는 구내염부터 대상포진, 성병 등을 일으키는 다양한 형태의 바이러스를 가리키는데, 이중 특정 헤르페스가 입에서 입병을 일으킨다.

 

입속 바이러스는 어디에서 왔을까?
동물의 입속 세균은 원래 먹잇감의 몸에 있던 것이 잡혀 먹히는 과정에서 입안으로 들어가 머물게 된 것이다. 사람도 먹는 것에서 유래된 세균, 바이러스가 기본이다. 그밖에 공기 중 세균이나 바이러스도 입속으로 들어간다.

 

특히 사람 입속 세균의 큰 특징은 타인과의 접촉이 중요한 전달 경로라는 점이다. 가장 일반적인 경로는 손을 통해서다. 손에 묻은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입으로 들어가는 것은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자주 강조돼온 상식 중의 상식이다.

 

그런데 사람들 사이의 애정 표현도 세균과 바이러스의 감염 통로가 된다는 사실이 우리를 곤혹스럽게 만든다. 과거 할머니들이 손주들에게 밥을 먹일 때 소화력이 약해 소화를 잘 못시킬까봐 직접 음식을 씹어 아기에게 먹이던 때가 있었다. 위생관념이 자리 잡고 젊은 엄마들이 기겁하는 바람에 요즘은 할머니들이 손주들에게 '애정 표현'을 할 기회가 거의 없어졌다. 어른의 입 안에 들어갔던 음식이나 숟가락이 아기의 입 안으로 들어가면 충치균이 전염될 수 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남녀 간의 진한 애정 표현, 즉 입맞춤에서 나타난다. 350여 종, 마리수로는 수백만~수천만의 박테리아를 서로 주고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때 옮긴 세균은 입 속에 잠복하고 있다가 구강 건강이 나빠지면 바로 전면에 드러나 충치나 치주염 등을 일으킨다.

 

‘입은 건강의 문(mouth is gate of health)’이라는 말이 있다. 본인은 물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도 구강 건강에 신경을 써야 한다. 정기적인 스케일링이나 올바른 칫솔질이 기본 중의 기본이다. 사랑의 부산물이 충치나 치주염이 돼서는 안 된다. 깨끗한 물을 자주 마셔 입안의 수분을 적절하게 유지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선경훈 선치과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