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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칼럼]치아이식과 치아재식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8.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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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이식과 치아재식

 

고대 이집트의 왕들이 첨단 치과치료를 받았다고 하면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이는 사실이다. 이집트의 파라오의 치아가 손상됐을 때 노예들의 치아를 뽑아 이식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치아를 이식하는 방법은 현대 치의학에서도 상당히 까다로운 치료법에 속한다. 그런데 수천 년 전에도 이런 치료법이 사용됐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치아 이식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시도돼왔지만 성공률이 기대만큼 높지 않다. 따라서 아직도 많이 시행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이집트의 왕들이 받았다는 치료, 즉 치아 이식이란 무엇일까? 치아 이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치아이식이고, 둘째는 치아재식이다.

 

치아이식과 치아재식
이 둘 다 자신의 치아를 이용하는 것으로, 타인의 치아를 옮겨 심는 것은 아니다. 이집트의 파라오가 했던 것과 같이 타인의 치아를 이식할 수는 있으나, 현대에서는 법적인 근거가 없고 인권의 문제 때문에 불가능하다. 또 설사 시도한다고 해도 성공률이 낮다.

 

치아 이식은 치아를 뽑아 다른 곳에 심는 것이고, 치아 재식은 뽑은 치아를 치료한 뒤에 그 자리에 다시 심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치아 이식은 치아를 다른 곳으로 '이사'를 시키는 것이고, 치아 재식은 치아를 뽑아서 치료를 한 뒤에 그 자리에 다시 심어주는 것이다. 치아 이식이든 재식이든 다시 심을 때 치아의 뿌리 끝을 잘라주는 치료인 '치근단 절제술'을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발치한 사랑니, 다른 곳에 이식할 수 있을까?
치아 이식술 이야기가 나오면 항상 등장하는 질문이 있다. '필요 없는 사랑니를 뽑아서 보관해 두었다가 치아가 빠졌을 때 심으면 안되나요?'라는 것이다. 사랑니는 어차피 쓸모없으므로 뽑아서 버리는데, 그러지 말고 보관해두었다가 나중에 재활용해서 쓰면 일거양득이 아니냐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일부만 맞다. 치아 이식의 가장 큰 관건이 바로 시간이기 때문이다.

 

만약 사고나 충치 등으로 치아를 잃었다고 가정해보자. 치과에 가서 사랑니를 뽑아서 치아를 잃어버린 자리에 이식할 수만 있으면 최선이다. 그런데 사랑니를 뽑은 뒤 다른 곳에 심는 과정에서 사랑니가 공기 중에 노출된다. 치아뿌리가 공기 중에 30분~1시간쯤 노출되면 세포들이 죽기 시작한다. 치근(齒根)세포들이 많이 죽어 버리면 치아를 이식해도 성공할 확률이 뚝 떨어진다.

 

결국 치근을 공기 중에 노출하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치아 이식 성공의 관건이 되는 셈이다. 즉, 치아 뿌리의 세포들을 오래 살릴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면 그만큼 치아 이식술의 범위와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래서 요즘 치의학계에서는 치아 뿌리 세포가 공기 중에 노출되지 않도록 보관하거나, 공기 중에 노출되더라도 세포들이 빨리 죽지 않게 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치아 이식은 난이도가 높은 치료법이어서 그다지 보편적으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문제가 생긴 치아를 뽑아서 치료를 한 뒤 그 자리에 다시 심는 치아 재식은 꽤 많이 시행된다.

 

15분 안에 다시 심어야 성공률 높아
치아재식은 치아우식증(충치), 신경염증, 잇몸 질환 등으로 인해 치아의 뿌리 부분에 손상을 입었을 때 주로 이뤄진다. 

 

치아재식은 치과의사가 치료 목적으로 하는 '의도적 재식'과 사고 등에 의해 뽑힌 치아를 대상으로 하는 '상해성 재식'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의도적 재식은 치과의사가 계획을 해서 대개 치아를 뽑은 뒤 15분 이내에 하는 것이므로 큰 어려움이 없고, 치료 성공률도 90% 안팎으로 높다. 물론 치주 질환이 아주 심한 때에는 치료 성공률이 80%대로 낮아지기도 한다.

 

반면 상해성 재식은 사고 현장에서 치아를 제대로 보존해야 하고, 늦어도 1~2시간 안에 치과에 도착해야 하는 등의 전제 조건을 충족해야 하므로 성공 가능성이 이보다 훨씬 낮다. 성공률이 낮다는 것은 새로 심은 치아뿌리 부분에 감염이 일어나거나, 치아 뿌리가 흡수되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상해성 재식 성공률이 기대만큼 높지 않은데도 치료를 권유하는 의사들이 있다. 치과의사들이 돈벌이 때문에 그러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치아 한 개의 역할은 그 한 개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치아 한 개는 다른 치아와의 간격을 유지해주고, 치열을 고르게 해준다. 만약 치아 한 개가 빠졌는데 이를 방치하면 양 옆 치아들의 치열이 무너지고, 치아 전체의 기능이 떨어진다. 따라서 사고로 치아가 빠졌을 때도 그냥 방치하지 않고, 가능한 한 치아재식 치료를 해준다. 그 상태에서 다음 치료를 모색하는 것이다.

 

치아재식은 다양한 연령대에서 다 가능한 편이지만, 치아이식은 젊을수록 성공 가능성이 높으므로 주로 40대 이전에 시행된다. 그 이상의 연령대에서는 치아이식보다는 임플란트 등의 다른 치료법이 고려된다.

 

앞에서 사랑니를 활용한 치아 이식이 일부만 맞으며, 그 이유가 장기 보관의 효율성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만약 사랑니를 뽑아 수년~수십 년간 보관했다가 쓸 수만 있으면 최선일 테지만, 아직은 불가능하다. 현재 치아뿌리의 세포 손상을 최소화한 채 저온냉장법으로 보관할 수 있는 기간은 1~2주를 넘지 못한다. 즉 자신의 치아를 뽑아서 보관했다가 치아 이식 치료에 쓰려면 최대 2주 이내에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2주 이내에 자신의 치아를 잃고 치아 이식 치료를 받을 확률은 극히 낮기 때문에 별 의미가 없다.

 

사랑니는 부족한 잇몸뼈에 이식해서 활용 가능
앞서 설명했듯이, 발치한 사랑니를 장기간 보관해 두었다가 다른 곳에 이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사랑니는 또 다른 효용 가치가 있다. 바로 ‘자가치아 뼈이식재’다.

 

임플란트를 식립하려면 임플란트 뿌리를 고정할 잇몸뼈의 양이 충분하고 단단해야 한다. 그런데 치주질환 등으로 잇몸뼈가 손실돼 임플란트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그동안은 이들의 잇몸에 다른 사람의 뼈, 동물뼈, 합성뼈 등을 이식해왔다. 그런데 우리 몸은 이것을 '이물질'로 인식하기 때문에 생착률(生着率)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다. 그래서 요즘은 자신의 치아를 잇몸뼈에 이식하는 치료법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를 '자기치아뼈이식술'이라고 한다.

 

앞에서 치아이식을 위해서는 치아뿌리 세포들을 살려서 보존해야 한다고 했지만, 자가치아뼈이식술은 그럴 필요가 없다. 따라서 치아를 장기 보관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고, 비용도 많이 들지 않는다. 물론 자가치아뼈이식술도 자신의 치아를 그대로 잇몸뼈에 이식하는 것은 아니며, 세척과 시약처리 등을 통해 뼈이식 재료로 만들어서 이식이 이뤄진다.

 

첨단 과학이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어도 아직은 부모님으로부터 받는 본연의 기관이나 조직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치아나 잇몸뼈도 마찬가지다. 자연치아는 고유의 세포와 조직을 갖고 있어 음식의 온도나 딱딱함 정도를 감지한다. 따라서 저작 시 훨씬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고 외부자극에 대한 대처능력이 우수하다. 또한 위생관리가 수월하고 치아 원래의 뿌리 형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 튼튼하다. 그러나 한 번 잃어버린 치아는 절대 다시 자라지 않는다. 이것이 치아를 소중히 하고, 구강관리를 잘 해야 하는 이유다.

 

선경훈 선치과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