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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칼럼]\'국민병\' 치주질환, 해결책 있을까?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8.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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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병' 치주질환, 해결책 있을까?

 

언론들이 잇몸병에 대한 기사를 다룰 때 '국민병'이라는 제목을 붙여온 탓인지, 실제로 잇몸병은 국민병이 돼가고 있다. 잇몸병은 치주질환이라고도 하며, 치은염과 치주염을 함께 지칭한다.
 
치아가 뼈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고?
잇몸병이 왜 국민병이 됐는지를 이해하려면 치아의 구조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한다.

 

치아는 치조골에 난 구멍 속에 심어져 있으되, 치조골에 뼈로 연결되지 않고 인대로 연결돼 있다. 이를 전문 용어로 '치주인대(periodontal ligament)'라고 한다.

치아의 뿌리 부분과 치조골이 인대로 연결돼 있다는 것은 치아와 치조골 사이에 '공간'이 있다는 뜻이 된다. 즉, 치아는 치조골에 딱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둘 사이에 아주 미세한 틈이 있다. 틈의 두께는 0.3~0.5mm쯤 된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치아는 치조골의 홈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셈이다. 만약 치주인대가 단단하게 고정해주지 않으면 치아는 금방 빠져버릴 것이다.

 

그렇다면 치아는 왜 치조골에 부착되지 않고, 공간을 사이에 두고 치주인대로 연결돼 있는 것일까?

 

인체공학적으로 봤을 때 가장 안정된 구조이기 때문이다. 만약 치아가 치조골에 뼈로 연결돼 있다고 하면 아마도 어른들 중에는 자연 치아를 제대로 가진 사람들이 별로 없을 것이다. 얼음이나 단단한 과자를 깨물거나 병뚜껑을 딸 때 치아가 상당수 부러졌을 테니 말이다. 또 친구들과 장난치다 팔꿈치로 얼굴을 맞았을 때도 치아 몇 개가 부러졌을 것이다.

 

현재 사람의 치아는 씹는 기능의 최적화, 치아의 안전 등이 고려된 과학적인 구조다. 치아가 미세한 공간을 사이에 두고 인대로 치조골에 연결돼 있으므로 씹을 때 가해지는 압력, 외부의 충격 등을 효과적으로 흡수해 치아가 부러지거나 뽑히는 것을 최대한 예방해준다. 때문에 평소에 치아는 약간씩 흔들리는 것이 정상이다. 물론 아주 강한 힘이 가해지는 것은 예외다.
  
이처럼 치아와 치조골의 구조는 정교하다. 하지만 세상에는 장점만 있을 수는 없는 법. 치아와 치조골 사이에 있는 미세한 틈이 바로 문제다. 이 틈이 잇몸병을 잘 일으키고, 심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운명 같은 잇몸병, 최후의 보루는 치과
그렇다면 잇몸병은 어떻게 시작될까? 거울로 치아를 보면, 치아와 잇몸이 맞닿는 부분이 있다. 그 부분을 이쑤시개 끝으로 살짝 찔러보면 이쑤시개 끝이 잇몸 안으로 조금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부분은 치아와 치조골이 맞닿은 부분이 아니고, 치아의 표면과 잇몸이 닿는 부위다.

 

처음에는 여기에 치태 또는 '프라그'라는 얇은 세균막이 생기기 시작한다. 프라그가 두꺼워진 것을 치석이라고 한다. 치석 안에는 세균들이 살고 있는데, 이 세균들이 만드는 독소가 잇몸에 염증을 일으킨다. 이것이 치은염이다. 치은염 단계를 방치하면 프라그가 치아와 치조골 사이 틈새를 따라 점점 더 깊이 파고 내려가면서 치아와 잇몸은 물론 나중에는 치조골까지 망가뜨린다. 이것을 통틀어 치주질환이라고 한다.

 

치주질환이 심해지면 피가 나고 잇몸이 붓고, 입냄새가 심해지기도 하며 아프다. 이때에도 치료를 받지 않으면 치아가 빠지는 최악의 사태로 진행한다. 치조골까지 심하게 손상되면 임플란트를 하기도 쉽지 않다.

 

사람의 입 속에는 잇몸병을 일으키는 세균들이 여러 종류가 살고 있는데다, 치아와 잇몸 및 치조골 사이에 틈이 있어 구조적으로 치주질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치주질환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 따라서 예방과 조기 발견이 최선이다.

 

예방법은 명료하다. 첫째, 평소 칫솔질을 정성스레 잘 할 것, 둘째 정기적으로 치과에 갈 것. 잇몸병은 구강 건강관리를 소홀히 하는 것 외의 원인도 있다. 특정 약물복용이나 여성들의 경우 임신,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이 있으면 잇몸병이 생기기 쉽다. 따라서 칫솔질을 잘하는 것만으로는 잇몸병을 다 예방할 수 없다. 잇몸과 치아가 건강한 사람은 연 1회 이상,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는 사람은 연 2회 이상 치과를 방문해야 한다.

 

치주질환을 ‘국민병’에서 퇴출시키려면 문제가 생기기 전에 전 국민이 치과에 정기적으로 다니는 수밖에 없다. 잇몸에 말썽이 생기고 난 뒤에 치과를 다니면 고생과 비용이 배로 들고 치료도 까다롭다. 미리미리 열심히 다녀서 치주질환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 모든 점에서 유리하다는 뜻이다. 치주질환 예방과 치료에서 치과방문보다 더 나은 방법은 아직 없다.


선경훈 선치과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