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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칼럼]노후준비, 치아부터 챙기자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7.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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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준비, 치아부터 챙기자

 

우리 삶의 마지막을 힘들게 하는 요인은 '빈곤'과 '질병'이다. 만약 80세쯤부터 빈곤과 질병에 시달리면서 100세까지 20년을 더 살아야 하는 힘든 시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면 너무 우울한 전망일까?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치아는 부실해지거나 빠지게 마련이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갖고 있다. 이런 고정관념을 가진 사람들은 젊을 때부터 치아를 잘 관리해서 오랫동안 자연 치아를 보존하라는 이야기를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런 태도는 평균 수명이 60~70세인 시절에는 그런대로 통했다.

 

예컨대 수명이 70세인 시절에는 65세쯤 틀니를 했다고 쳐도 불편함을 감수하고 사는 기간이 5년에 불과했다. 하지만 90세까지 산다면 얘기가 다르다. 틀니를 한 채 25년을 살아야 할 때 겪는 불편과 고통, 비용은 5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100세 시대에는 치아관리에 대한 개념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대충 살다가 안 되면 임플란트 하지 뭐"

기술 발전은 대부분 우리에게 혜택을 준다. 치과에서 대표적인 것이 임플란트이다. 과거에는 치아가 심하게 손상되거나 빠지면 양 옆의 치아를 기둥으로 해서 빠진 치아를 대신하는 보철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빠진 치아는 물론, 양 옆의 치아도 보철물을 고정하기 위해 멀쩡하던 것을 갈아내야 했다. 이를 '브리지'라고 한다.

 

그런데 임플란트 기술이 개발되면서 치아 치료에 획기적인 시대가 열렸다. 치아를 한 개 잃으면 그 자리에만 임플란트를 하면 되므로, 양 옆의 치아에는 아무 영향을 주지 않게 된 것이다. 임플란트한 치아의 모양이나 색깔이 자연 치아와 비슷하기 때문에 미용상 효과도 뛰어나다.

 

임플란트의 장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예기치 못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임플란트 기술이 발달하고 비용도 점점 낮아진 탓에 일부 사람들이 평소 치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게 된 것이다. 치아에 문제가 생기면 빼고 임플란트를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사고 등의 이유로 손실된 치아의 대안으로 임플란트는 좋은 치료법이다. 그러나 아무리 임플란트가 좋아도 자연 치아에는 못 미친다.

 

자연 치아 100세까지

가장 중요한 목표는 자연 치아를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다. 80세 이상까지 적어도 24개 이상의 자연치아를, 특히 어금니를 최대한 많이 보존해야 한다. 결손 치아 실태를 보면 아래 큰 어금니의 상실률이 제일 높다. 어금니가 오랫동안 가장 강한 힘을 받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어금니가 상실되면 씹는 기능을 떨어뜨려 영양 섭취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뿐 아니라, 얼굴 변형을 일으켜 자존감에 상처를 준다.

 

뿐만 아니라 국내 한 연구에 따르면 결손 치아가 6개를 넘는 사람들은 뇌졸중 위험이 크게 높았다. 연구팀이 1997년부터 2002년까지 구강검진을 받은 사람들을 조사한 결과 결손치아가 6개 이상이고 잇몸질환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출혈성 뇌졸중 위험이 2.3배나 높았다. 결손치아 6개 이상에 고혈압까지 있으면 그 위험이 무려 9.6배로 치솟았다. 잇몸 질환은 뇌졸중 뿐 아니라 심혈관 질환의 발병률을 높인다는 국내외 연구결과들도 많이 나와 있다. 따라서 100세까지 건강하게 장수하려면 젊을 때부터 치아와 잇몸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지금 바로 치과검진 받기

 

성인의 치아 28개의 85%인 24개를 80세까지 보존하려면 젊을 때부터 각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치과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다. 치과, 치과의사와 친해질수록 자연치아를 오래 보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치아 스케일링도 좋지만, 평소 일상생활에서 구강건강 관리 요령을 몸에 완전히 익혀야 한다. 매일 2~3회씩 칫솔질을 하면 구강 관리를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잘못된 칫솔질로 인해 치아와 잇몸이 손상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젊을 때부터 구강 관리를 잘 해도 중년에 접어들면 치열이 삐뚤빼뚤 해지기 쉽다. 특히 아랫니가 심하다. 치열이 단순히 미용적인 의미만 있다면 비뚤어져도 그냥 살면 된다. 하지만 치열이 비뚤어지면 치아 사이에 칫솔질이 잘 되지 않아 치태(프라그)가 끼고 치주염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한 가지 반드시 실천해야 할 게 있다면 치실 사용이다. 잇몸 손상의 중요한 원인이 치아와 치아 사이에 낀 음식물이다. 그런데 이 음식물은 칫솔질만으로는 다 제거되지 않는다. 따라서 식사 후, 또는 취침 전 칫솔질을 할 때 치실을 적극 사용해 치아와 치아 사이에 낀 음식물을 제거해주는 것이 잇몸 질환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체중조절이 구강 건강에 좋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한다. 체중이 구강건강에 직접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체중이 늘면 코골이 위험성이 높아지며, 코골이는 구강호흡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수면 중에 입을 벌려 호흡하면 구강이 건조해지기 쉬운데, 이렇게 되면 충치나 잇몸병이 생기기 쉽다. 만약 입 속에 침이 분비되지 않으면 며칠 만에 치아가 모두 썩어버린다고 한다. 입 속 수분을 적절하게 유지해주는 것이 치아와 잇몸 건강 유지에 중요하다.

  선경훈 선치과병원 원장